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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빠알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박한 강의 (2) - 접두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벤취에서 2013. 11. 16. 20:03

접두사에 역할과 의미 해석에 대해

 

접두사(upasagga)  : 접두사는 기본모양의 앞에 붙는 것입니다.

빠알리에는 20개의 접두어가 있습니다.


ati, adhi, anu, apa, api, abhi, ava(=o), ā, u, upa, du, ni, nī, pa, pati, parā, pari, vi, saṁ, su.  


기본모양이 갖는 기본 뜻에 이 접두사가 붙음으로써 의미가 약간 달라지기도 하고 첨가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접두어 중 su는 “잘”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su를 gacchati(가다)라는 단어의 앞에 붙이면 “잘가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접두어가 붙음으로써 단어의 뜻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즉, 이 접두사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은 빠알리 문법의 입장에 따라 좀 다릅니다.

먼저, 전통 빠알리 문법에서는 접두사란 기본모양이 갖고 있는 다양한 뜻 중에 맥락에 좀더 적절한 의미를 갖는 뜻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합니다. 즉 군인이 한명 있다고 합시다. 이 군인은 군인이지만 군복만을 입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 갈 때는 양복을, 명절 때는 한복을, 운동할 때는 운동복을 입습니다. 그러나 다른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군인이 아닌 것은 아니지요. 바뀐 옷은 그 사람이 원래 갖고 있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를 보여줄 뿐입니다. 이와같이 단어의 기본형은 원래 다양한 뜻을 갖고 있는데, 접두어란 군인이 상황에 따라 바꾸어 입은 옷과 같이, 그 문장에 맞도록 단어의 모습을 명료히 하기 위해 붙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접두사에 의해 단어의 뜻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은 원래 기본단어가 갖고 있던 것 중의 하나입니다. 접두사가 붙는다고 해서 원래의 뜻이 꼭 달라질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 의미의 범위 속에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 현대문법학자들의 분석 방법은 이와 다릅니다. 현대문법에서는 접두사는 접두사 나름의 고유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이 접두사가 기본모양에 첨가됨으로써 단어의 뜻 또한 접두사에 의해 변화한다고 봅니다. 이런 방법에 의하면 접두어가 붙은 그 단어는 원래의 뜻과 비슷한 맥락에 있지만 접두어에 의해 다르게 해석됩니다.

접두사의 역할을 보는 방법은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사실 분석 결과는 비슷합니다. 즉, 원래 있던 의미든 변화된 의미든 간에 결과로 접두어가 붙은 그 단어 의미의 해석은 대부분 비슷해지거든요.

3세기 경 스리랑카에서 삼장(경, 율, 론)에 대한 주석서의 저술이 완성되었을 때, 그리고 늦게 잡아도 5세기~7세기 경 붓다고사 스님과 담마팔라 스님에 의해 이들 주석서에 대한 편집과 기록이 끝났을 때, 빠알리는 이미 완성된 언어이고, 그 이후 이 기록에 대한 독해나 복주서, 다른 빠알리 저술들은 이 언어를 단지 사용했을 따름이거나 주어진 틀 내에서 표현방법을 변화시켰을 뿐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전의 의미들은 이분들이 해석한 빠알리 단어들의 해석에 근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체 삼장의 맥락에서 파악된,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용례에 의해 적용되었으므로 그분들의 해석이 원래의 뜻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접두사가 붙었을 때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라는 것은 사실 논란이 많습니다. 아니, 주어진 단어를 해석할 때 다양한 접두사의 의미 중 어느 것을 적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접두사가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아비담마(abhidhamma)는 법(dhamma)이라는 단어에 접두어 abhi가 붙은 단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아비달마(abhidharma)입니다, 그리고 논장을 의미하는 전문용어이기도 합니다.

abhi가 붙은 이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있는데, 접두어로서의 abhi는 주로 ~쪽으로, ~방향으로, 초과, 경의, 특수성 등의 뜻이 있습니다. 경전에서 보면 사실 abhidhamma는 그냥 dhamma와 크게 다르지 않은 뜻으로 사용됩니다. 논장(abhidhamma)에서 의미하는 dhamma는 경전의 dhamma의 개념과 다른 것입니다. 논장의 ‘법’개념은 논장만의 특수한 개념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전에 나타나는 abhidhamma는 논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사전에는 그냥 dhamma와 다르지 않게 사용되는 용례를 보여주기도 하고  abhi의 뜻을 첨가하여 수승한 또는 높은 수준의 법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법(對法)이라고 해석하는 분도 있습니다. 경전에는 abhidhamma가 abhivinaya(abhi + vinaya:율)와 함께 사용되는 예가 많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원래 그 단어가 정확하게 지금 사전에서 의미하는 그것을 뜻했는가 하는 것을 단정할 수 없는 예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빠알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표현하고자 한 언어이기 때문에 교리의 맥락에서 그 접두사의 의미가 적용되겠지요.

그래서 접두사를 가진 단어를 해석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기본의미를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접두사 때문에 본래의 의미를 너무 비약하게 되면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단어의 해석에 대해 경전의 용례를 총괄해본 후 그리고 불교교리의 맥락에서 자신이 명백한 견해를 갖고 있다면 사전과 다른 표현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문장의 맥락을 더욱 선명하게 나타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이에 바탕한 학문적 토론도 풍성해지며, 더불어 빠알리 경전-부처님의 말씀-을 표현하는 우리의 언어도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빠알리공부모임
글쓴이 : 길따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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